이상한사업가의 개인작(8); 내 인생의 이정표 – 사과

내 인생의 이정표 사과 신기한 사업가 캠코더는 나를 주인공으로,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 간다. 평범한 내 일상의 하루하루, 일분일초가 장면이 돼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들어간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한 장면만을 꼽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질문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서 한 장면이 정확히 딱! 떠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 삶의 장면이 만들어내는 삶의 함수는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인생이란 기울기의 변화가 없는 상수함수가 아니다. 수많은 변곡점으로 구성된 구불구불한 함수이다. 그리고 이처럼 삶의 파동을 바꿀수록 우리 삶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우리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은 내가 누군지 찾는 길에서 이정표가 되어준다. 이 이정표를 따라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을 수도,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걸을 수도 있다. 나에게도 이런 수많은 이정표가 있다. 이 이정표 중 가시밭길에서 산책로 바꾼 이정표 중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고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중학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엇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독기와 타인과의 비교로 상처받은 내면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상처받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가시 있는 갑옷을 만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스스로 정한 경계를 무심코 침범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갈등을 하게 된다. 세상에는 두 가지 갈등이 있다. 건강한 갈등과 건강하지 못한 갈등. 건강한 갈등을 통해 사람과 사람은 서로의 오해를 풀고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를 갖는다. 건강한 갈등을 하려면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튼튼하고 넓은 내면의 그릇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불안정하고 작은 그릇을 가지고 있어 자주 건강하지 못한 갈등을 겪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어떤 일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우리는 서로의 경계를 넘어버렸다. 당시 그도 나처럼 많은 상처와 고민을 안고 있었을까. 우리의 갈등은 이성의 영역을 넘어 감정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됐고, 서로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면서도 지지 않겠다는 어리석은 신념 하나만으로 여러 차례 서로에게 상처를 줬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은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과 같다. 친구에게 상처를 준 후 모든 일이나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남에게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 전이었다면 서로에 대한 감정이 마모되고 그 갈등이 덮일 때까지 상태를 유지했을 것이다. 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시간에 전가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전과는 조금 달랐다. 갈등을 겪은 뒤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감정적인 면을 최대한 배제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봤고, 친구의 입장과 당시 마음을 내 그릇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당시에는 감정이라는 필터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자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당시의 나는 매우 기계와 같은 사고 회로를 가지고 있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고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관을 가지고 있어 갈등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해결되지 않고 갈등의 원인도 발견했지만 먼저 사과하면 진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사과하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사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유지될 것 같았던 두 사람 사이 침묵의 평행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먼저 사과를 하고 가장 먼저 생각한 생각은 ‘뭐야.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였다. “미안해.” 그 한마디를 꺼내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나를 포함한 세상에 상처를 준 과거의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사과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해 매우 깊이 생각해 보았다. 자존감과 사과, 먼저 사과하는 것과 타인을 이해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봤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과론을 만들었다.먼저 사과한다는 것, 이상한 사업가 사과라는 것은 타인의 행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를 자신이 포용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다.사과는 매우 용기 있는 행위다.사과는 자존감을 높이는 행위다.사과를 먼저 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이 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그런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어렵고 용기 있는 행동 중 하나다.사람과의 관계에서 이기면 지는 법이 없다.누군가 잘못을 인정하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다. 자존심이란 무엇인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오히려 자신을 존중하는 행위다. 자신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과 잘못을 모두 존중한다는 것이다. 먼저 사과함으로써 우리 내면의 그릇은 넓어지고 우리 자신을 더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교양 수업을 듣는 동안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내 인생에서의 팡파레를 한번 찾아보라는 과제를 받았다. 이 과제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팡파레였다. 과연 팡파레라는 것을 물질적인 것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떠올린 장면에서의 팡파레는 무엇일까. 내 인생의 인상적인 장면의 팡파르는 사과 한마디였다. 이 사과 한마디로 새로운 나로 태어날 수 있었다. 내 인생에 있어 여러 변곡점이 있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나로 태어나기 위한 발판과 돌파구를 마련한 역할을 해준 장면이 바로 ‘사과 한마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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